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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귀자,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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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니이 2024. 12. 1.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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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침 문득, 정말이지 맹세코 아무런 계시나 암시도 없었는데 불현듯,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 나는 이렇게 부르짖었다.
"그래, 이렇게 살아서는 안 돼! 내 인생에 나의 온 생애를 다 걸어야 해. 꼭 그래야만 해!"
―1. 생의 외침

 
 

결코 영원히 돌아오지 않겠다는 다짐 따위는 해 본 적이 없었다.
집이 다소 지겹긴 했어도 인생만큼 지겨운 것은 아니었다.
―1. 생의 외침

 
 

유치해질 순간은 얼마든지 많았지만 그럴 때마다 번번이 내가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감상적이고 유치하게 살지 않겠다는 자세는 약간 과장되게 말한다면 내가 지닌 굳건한 세계관이었다.
내게 친구가 거의 없는 것도 사실은 다 그 때문이었다.
나는 감상과 유치함에 대해 언제나 과감하게 적대적이었으니까.
―1. 생의 외침

 
 

사람들은 작은 상처는 오래 간직하고 큰 은혜는 얼른 망각해버린다.
상처는 꼭 받아야 할 빚이라고 생각하고 은혜는 꼭 돌려주지 않아도 될 빚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의 장부책 계산을 그렇게 한다.
―6. 오래 전, 그 십 분의 의미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솔직함만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
솔직함은 때로 흉기로 변해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부메랑일 수도 있는 것이었다.
―7. 불행의 과장법

 
 

나는 몹시 궁금했다. 그가 나영규이든 김장우이든 아니면 전혀 다른 사람이든 간에,
이 사람과 결혼하고야 말겠어, 라는 결심은 언제 어떻게 생기는 것일까.
지금 결혼하여 살고 있는 다른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그런 결심을 하게 된 것일까.
―7. 불행의 과장법

 
 

가능한 술을 마시지 않은 것도 어쩌면 그런 두려움 때문일지도 몰랐다.
나는 타인들 앞에서 '나'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내가 나를 장악할 수 없어 스스로를 방치해버리는 순간을 맛보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나는 결단코 '나'를 장악하며 한 생애를 살아야 할 사람이었다.
아버지는 못 했지만, 나는 해내야만 하는 것이었다.
―9. 선운사 도솔암 가는 길에

 
 

"대답해봐. 나, 너한테 감옥이 될 것 같아?"
"아니요. 절대로 아니에요. 내 말은, 그 말의 뜻은, 장우씨를 너무 사랑하게 될까봐 무섭다는 뜻이었어요. 정말이에요. 진심이에요."
"정말?"
"그래요. 어제 처음으로 확실히 알았거든요. 내가 지금 사랑에 빠졌다는 것을. 그래서 감당하기가 어려웠어요. 사랑은, 힘이 들어요."
―9. 선운사 도솔암 가는 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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