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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고 있니

마음

by 승니이 2025. 3. 26.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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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잘 지내고 있니?

나는 잘 모르겠어.
질질 끄는 헌재에, 자연재해에, 아픈 사람들을 자꾸 접하니까
지극히 평범하고 수월한 내 하루하루가 오히려 꿈같아.

나를 둘러싼 모든 게 망가져가는 기분을 느껴본 적 있니.
현실은 빠르게 무너져가는데
나 혼자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콧노래를 부르는 기분.
 

혹시나 싶어 우울증 테스트도 해봤는데 그건 아니더라.
내면의 우울이 아니라 벅찬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고 있는 거래.

그게 우울의 기초 아닌가 싶었지만 어쨌든 아니라니 냅두기로 했어.
그런데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는 거라면 주변 환경이 좋아져야 나아질 수 있는걸까?
주변 소식을 접하지 않으려고 소통을 단절하면 그건 해결책이 아니라 도피책인가?
 

선하고 올바른 사람만 더욱 선하고 올바르자 다짐하는 세상 같아.
극심해지는 이분법에 상처가 나도 끈질기게 다정을 품는 사람들이
바보같다가 불쌍하다가 또다시 애틋해지고.
 
나의 별탈없던 일상이 그런 사람들을 방패 삼아 이뤄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니.
내 하루하루에 이름 모를 사람들의 선의와 정의가 녹아있었다는 사실을.
 

덕분에 즐겁고 덕분에 울적해지는 모순 속에 제일 먼저 기도하자면,
그들이 끝내 단단해지길.
결국 곧은 마음이 이긴다는 신념이 무너지지 않길.

같이 다정하자 손 내미는 순간을 내가 놓치지 않고
그렇게 지켜준 나의 안녕이 그들의 안녕에 든든한 주춧돌이 되길.






/
마음이 복잡할 때 글을 쓰면
내 감정이 정확히 어느 지점에 머물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나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악보들에 너무나 지쳤고,
그 속에서 평탄하게 흘러가는 일상에 옅은 죄책감을 느끼고,
회복을 위해 힘내는 사람들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그들이 도움이 필요한 순간을 내가 눈치챌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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