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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삶으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행복은
내 감정을 내가 정의할 수 있다는 것.
피곤과 무기력에 가려져있던 감정의 진짜 이름과 그 해결책을
스스로 결정하고 결심할 수 있다는 게 내가 글을 쓰는 가장 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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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을 때 사랑에 직설적인 표현들이 좋다.
나는 진심을 쉽게 삼키는 사람이라 사랑에 자기절제를 못하고 허덕이는 캐릭터들이 판타지 같아.
홍희정의 소설에서 자신의 감정을 음흉하고 야비한 냄새로 표현한 부분이나
은희경의 소설에서 종양 같은 것이 되어 당신을 오래 아프게 하고 싶다는 부분 같은.
사랑을 충족하지 못해 드러나는 밑바닥의 감정들을 읽고 있으면
거북하면서도 묘하게 부럽기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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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은 생각 정리의 시기다.
모두가 공평하게 한해를 돌아보고 맞이해야 해.
따뜻한 곳에서 차가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생각하다 보면 이 정도면 충분히 행복하지 하게 된다.
나아가면 내년에도 이럴 수 있을까 하게 되고.
음 올해는. 재밌었다.
중간 중간 큰 시련이 찾아오긴 했지만 날 생각해주는 고마운 사람들이 높은 울타리를 쌓아줬어.
많은 신세를 지게 된 한 해야.
내년에는 내가 울타리를 쌓아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크고 단단한 블록을 많이 준비해 둘게.
하지만 울타리 말고 같이 이글루나 만들면서 놀았으면 좋겠다.
나는 늘 뭐라도 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며 살아와서
진심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게 크게 와닿지 못할 거란 거 알아.
그리고 내게 털어놓는 게 징징거림으로 느껴질까 걱정될 수도 있어.
내가 여기 있다는 것만 알아둬.
너의 고민과 걱정을 꼭 내게 털어놓지 않아도 돼.
네가 하고 싶은 걸 찾는 게 아주 오래 걸리고 쉽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 모든 과정에서 언제라도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걸 꼭 알고 있어야 해.
그것만으로도 안심이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