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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 이중 하나는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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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니이 2025. 2. 11.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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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를 귀여워하는 것과 책임지는 건 전혀 다른 일임을 지우는 진작부터 알았다.
―p.48
 

 

 

 

여러 번 허물을 벗으면서도 여전히 자신인 채 존재하는 기분은 어떨지 궁금했다.

그 과정에서 어떤 것은 버리고 어떤 부분은 간직하는지,

눈동자에 허물이 덮여 세상이 뿌옇게 보일 때면 무섭지 않은지도.
―p.69

 

 

 

 

―가난이란······

지우는 문득 교실 안이 조용해지는 걸 느꼈다.

―가난이란 하늘에서 떨어지는 작은 눈송이 하나에도 머리통이 깨지는 것.

―p.98

 

 

 

 

평소 아버지는 본인이 잘못한 상황일 때 상대에게 과한 선물을 줘서

그 순간 상대를 피해자가 아닌 부채자로 만들었다.

―p.130

 

 

 

 

그렇게 한때 엄마였거나 여전히 엄마인 선들을 좇으며 손끝으로 엄마를 만졌다.

그런 식으로 엄마를 한번 더 가졌다.

―p.150

 

 

 

 

소리는 가끔 엄마가 어떻게 그렇게 자기 꿈과 깨끗이 작별할 수 있었는지 궁금했다.

엄마는 '그저 다음 단계로 간 것뿐'이라며, '작별한 건 맞지만 깨끗이 헤어진 건 아니'라고 했다.

'대부분의 어른이 그렇게 사는데 그건 꼭 나쁜 일도 좋은 일도 아니'라면서.

그땐 그게 무슨 말인지 잘 몰랐는데 요즘에는 어럼풋이 알 것 같았다.

자신에게 재능은 있되 그게 압도적인 재능은 아님을 깨달아서였다.

―p.151

 

 

 

 

―있지, 사람들 가슴속에는 어느 정도 남의 불행을 바라는 마음이 있는 것 같아. 아무도 몰랐으면 하는, 그런데 모를 리 없는 저열함 같은 게.

―p.163

 

 

 

 

극적인 탈출이 아닌 아주 잘고 꾸준하게 일어난 구원.

상대가 나를 살린 줄도 모른 채 살아낸 날들.

―p.236

 

 

 

 

그런데 그런 것도 성장이라 부를 수 있을까?

시간이 무척 오래 걸리는데다 거의 표도 안 나는 그 정도의 변화도? 혹은 변화 없음도?

지우는 '그렇다'고 생각했다.

―p.272

 

 

 

 

삶은 가차없고 우리에게 계속 상처를 입힐 테지만

그럼에도 우리 모두 마지막에 좋은 이야기를 남기고, 의미 있는 이야기 속에 머물다 떠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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