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연, 불온한 검은 피
그대가 젖어 있는 것 같은데 비를 맞았을 것 같은데당신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너지는 노을 앞에서온갖 구멍 다 틀어막고 사는 일이 얼마나 환장할 일인지 머리를 감겨 주고 싶었는데 흰 운동화를 사 주고 싶었는데 내가 그대에게 도적이었는지 나비였는지철 지난 그놈의 병을 앓기는 한 것 같은데 내가 그대에게 할 수 있는 건이 세상에 살지 않는 것 이 나라에 살지 않는 것 이 시대를 살지 않는 것내가 그대에게 빗물이었다면 당신은 살아 있을까 강물 속에 살아 있을까 잊지 않고 흐르는 것들에게 고함 그래도 내가 노을 속 나비라는 생각 ―내가 나비라는 생각 p.17 사람들 틈에 끼인 살아 본 적 없는 생을 걷어 내고 싶었다. 모든 게 잘 보이게 다시 없이 선명하게난 오늘 공중전화통을 붙잡고 모든 걸 다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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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1. 26. 1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