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원평, 아몬드
책은 달랐다. 책에는 빈 공간이 많기 때문이다.단어 사이도 비어 있고 줄과 줄 사이도 비어 있다.나는 그 안에 들어가 앉거나 걷거나 내 생각을 적을 수도 있다.의미를 몰라도 상관없다.p.55 ―음.잠깐 생각했다.―찾아온 거요.박사가 테이블을 가볍게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네가 할 수 있는 방법 하나는 찾은 것 같은데? p.176 ― 사랑.― 그게 뭔데?엄마가 짓궂게 물었다.― 예쁨의 발견.p.193 내 시선은 미소 띤 박사의 얼굴 뒤로 떠오른 소년에게 향해 있었다.나 같은 천치도 안다. 그 아이가 아파하고 있다는 걸.끔찍하고 불행한 일로 고통스러워하고 있다는 걸.하지만 묻지 않았다.왜 웃고 있느냐고.누군가는 저렇게 아파하고 있는데, 그 모습을 등지고 어떻게 당신은 웃을 수 있느냐고.p.264 ..
book
2024. 9. 24. 07: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