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란, 비행운
―너 나 만나서 불행했니?그러곤 곧장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다. 저쪽에서 긴 침묵이 이어졌다.초조해진 서윤이 황급히 변명하려는 찰나 경민이의 나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아니.―······.―그런 거 아니었어.―······.―힘든 건 불행이 아니라······ 행복을 기다리는 게 지겨운 거였어.―호텔 니약 따 ―이게 신의주 어디 박시봉 씨네 주소를 그대로 적은 거잖아?―그렇지.―고등학교 때 그 설명을 듣는데 그게 좀 먹먹하게 다가오더라고. 제목이 주소라는 게.―······.―뭐라더라, 시적 화자니 주제니 이런 건 모르겠고, 그냥 이 시를 떠올리면 좁고 어두운 공간에 갇힌 한 남자가 생각나. 자기가 누워 있는 초라한 장소의 주소를 반복해서 중얼대는 사내가.―호텔 니약 따 저는 지난 10년간 여섯 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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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1. 26. 1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