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의 팽팽한 뺨에 우주의 입자가 퍼져 있다.
한 존재 안에 수렴된 시간들, 응축된 언어들이 아이의 몸에서 리듬을 입고 튕겨나온다.
누가 꼭 그래야 한다고 정한게 아닌데도, 손주를 가져본 적 없는 노부인이라도
어린 소녀를 보면 자연히 이런 감정이 심장에 고이는 걸까.
바다를 동경하는 사람이 바닷가에 살지 않는 사람뿐인 것처럼.
손 닿지 않는 존재에 대한 경이로움과 채워지지 않는 감각을 향한 대상화.
―p.96
일어나는 대부분의 일은 아무것도 아닌 것들의 조형과 부착으로 이루어진 콜라주였고
지금의 삶은 모든 어쩌다 보니의 총합과 그 변용이었다.
―p.128
"다녀, 온다."
숨이 붙어 있는 한은 다녀-올 것이다. 손발이 움직이는 한은,
언젠가 이 녀석이 기억에서 지워지거나 그 존재를 인식조차 할 수 없게 되기 전까지는.
그녀는 현관문을 닫는다.
―p.169
"그, 뭐니. 주마등이라고 하지. 사람이 갈 때가 되면 갑자기 머릿속에 확 번지는 게 있다고 하잖아."
투우는 그녀의 태도에서 그녀가 결국 아무것도 떠올리지 못하고 있음을 알아차리며,
자신의 존재가 그녀 곁을 스쳐 지나갔을 수많은 남겨진 어린아이들 가운데 하나일 뿐임을 직감하지만 실망을 드러내지 않는다.
―p.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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