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린, 눈부신 안부
그러면 언니가 나와 함께 있는 것 같았고, 언니와 함께라면 위축될 이유가 없었으니까.언니는 가끔 무서울 때도 있었지만 결정적인 순간엔 언제나 내 편을 들어주는 사람이었다.가족 중 누구든 눈 깜짝할 사이 내 앞에서 없어져버릴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항상 시달리고 있었고,동시에 언제 사라져버리더라도 후회가 남지 않도록 무엇이든 다 해주고 싶은 마음 때문에 조바심을 느끼곤 했다. 이모는 아무런 말 없이 부드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끝까지 들었는데,그 무렵 내 이야기를 그렇게 진지하게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나는 이상하게도 울고 싶어졌다. 그런 시간은 이모가 시장에서 떨이로 사온 무른 산딸기나 살구로 만들어주던 잼처럼은은하고 달콤해서, 나는 너무 큰 행복은 옅은 슬픔과 닮았다는 걸 배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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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9. 19. 1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