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희경,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그러나 그는 한 번 거절당하면 마치 사실은 자기도 그 일을 별로 원하지 않았다는 듯이 냉정해진다. 자기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어떤 상황이든 새로운 방식으로 대처하지 않는 것이 현석이 자기 이미지를 지키는 방법이었다. “그럼 끊을게.” “그래. 잘 쉬어.”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그가 먼저 전화를 끊는다. 그 단호함에는 과장이 느껴진다. 현석의 마음속에는 언제나 망설임이 들어 있다. 그가 단호할 때는 자기를 숨기려 할 때이다. ―p.20 그러나 나는 달랐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 첫번째로 즐겁겠지만,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시간 전부에 언제나 그 사람만 만나고 있을 수는 없다. 내 모든 시간을 첫번째 즐거움의 수위로만 채우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세번째, 네번째, 열한번째의 일에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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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1. 12. 13:19